"사장님 제발 도와주세요."
"안 돼. 태국으로 돌아가."
태국에서 온 불법 체류자 칸텝(가명·35) 씨가 오늘도 어김없이 일터 사장에게 쫓겨났다. 얼마 전부터 아내 따완(가명·29) 씨가 아팠고 병원에선 자꾸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해댔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칸텝 씨는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장은 자꾸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몇천만원이 찍힌 병원 영수증만 수없이 날아오는데 수중엔 돈이 없었다. 갈 곳이 없는 칸텝 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돈 벌기 위해 한국행
5년 전 칸텝 씨는 아내 손을 잡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칸텝 씨 가족은 태국의 한 시골 마을 공사장 구석 어귀 다 쓰러져가는 작은 기숙사에 몸을 뉘고 있었다. 오래 농사를 지었지만 돈은 모이기는커녕 빚만 늘어났고 집마저 없어지면서 오갈 데 없었다.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사장 일용직에 나서봤지만 가세는 점차 기울기만 했다.
갓 태어난 아들 나뎃(가명·5)을 보자니 답답함은 커졌다. 넉넉히 분유 한 번 먹이지 못했고, 따뜻한 집에 눕힐 수 없었다. 죄책감이 밀려오던 차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몇 년간 한국에서 일을 하고 돌아와 집 한 채를 구입한 친구의 모습에 칸텝 씨 부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렇게 둘은 갓난아이를 떼어놓고 태국을 떠났다.
한국 생활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부부가 향한 곳은 김해에 있는 한 우렁이 농장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종일 우렁이만 따고 번 둘의 월급은 230만원. 농장 기숙사에서 생활했기에 최소한의 생계비 30만원을 남겨두고 200만원은 모조리 태국으로 보냈다.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놀러도 다녔지만 이들에겐 교통비마저 사치였다.
몇십만원의 돈을 더 벌고자 지역도 참 많이 옮겨 다녔다. 부부는 김해에서 대구의 딸기농장으로 이동을 반복했다. 매일 밤 태국에 있는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게 부부의 유일한 낙이었지만 기숙사 공동생활에 눈치가 보여 전화를 하지 못하는 날도 잦았다. 그래도 멀지 않은 날 좋은 집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살 날만 기다리며 참고 참았다.
◆희귀질환 걸린 아내
부부의 고생만큼 태국에 있는 가족들의 삶은 점차 나아졌다. 공사장 기숙사에서 벗어나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었고 칸텝 씨 동생은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불행이 부부에게 덮쳤다. 6개월 전부터 아내 따완 씨 몸은 이유 없이 붓기 시작했다. 복통도 호소하며 혈변 증세를 보였다. 병원에선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했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 했던 칸텝 씨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도움을 요청한 농장 사장도 자꾸만 병원에 가라고만 했다.
따완 씨에겐 신장이 고장 나는 희귀질환 '루푸스신염'이 찾아왔다. 어느덧 결장염과 뇌수막염, 경련까지 동반해 따완 씨는 죽음의 문턱까지 수없이 오가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고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불법 체류자라 건강보험이 적용이 안 돼 입원비만 5천만원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아내 병간호로 칸텝 씨는 돈을 벌러 나갈 수가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의 가게를 찾아 간혹 밥을 얻어먹고 식당 설거지를 대신해 주는 일로 마음의 빚을 갈음한다.
무엇보다 태국 가족의 삶도 다시 망가지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학업이 중단됐고 칸텝 씨 아버지마저 심장병으로 병원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아내가 회복하는 대로 칸텝 씨는 아내를 태국으로 보내 아들과 함께 지내도록 해주고 싶다. 하지만 갚지 못한 병원비로 퇴원은 기약이 없게 된 그들은 병원에서 아들 사진만을 만지작거리며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삶이 버거운지 연신 아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칸텝 씨의 눈에는 눈물이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희귀질환 걸린 아내 돌보는 태국 남편 칸텝 씨에 2,171만원 성금
한국에서 돈 벌러 태국에서 왔지만 아내 희귀질환 걸리면서 생활고로 막막한 칸텝(매일신문 1월 4일 자 10면) 씨 사연에 52개 단체 220명의 독자가 2천171만3천95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매일신문20기독자위원회일동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5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태봉텍스타일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까꾸리웰빙손칼국수(이미숙)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변호사이진원법률사무소(이진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김기욱)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청산(우창하)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황금손부동산 5만원 ▷황소축산(임성화)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정순 이신덕 최경환 허정미 각 30만원 ▷박철기 진민지 각 20만원 ▷곽용 김주영 김준근 김혜경 박서영 박재규 박효순 변우균 서정오 손병진 손승목 유영근 이성산이인재 이재명 전시형 조득환 지용운 최영조 최창규 황지현 허정원 홍종배 각 10만원 ▷강은주 김두조 김선희 김옥미 김자헌 김정일 김주도 노슬기 도윤회 류은자 박미정 박옥선 박치연 배상영 배해주 백미화 변대석 서외수 손효지 안대용 유윤옥 윤순영 이경자 이동진 이병순 이재숙(대구은행1) 이필모 이흥석 임유미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정호승 진국성 최상수 최종호 홍윤미 황성현 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공미숙 권규돈 김미진 김영임 김정수 김진한 김평섭 김해윤 민병구 박승호 박종문 손규한 송기봉 송재일 신광련 신대원 신외식 이관영 이서연 이석우 이영이 이종완 이지안 임성주 장진은 최춘희 하경석 황준승 각 3만원 ▷윤정아 이병규 각 2만5천원 ▷김성옥 김은주 김태욱 김태천 김한숙 김현경 류휘열 백진규 석보리 성영식 손진호 신대원 신종욱 안영숙 안응제 유귀녀 유정자 윤덕준 윤수경 윤순이 이명주 이명화 이서현 이운호 이재숙(대구은행2) 이지영 이해수 이효섭 장범춘 정영식 조애희 천정창 한정화 각 2만원 ▷박연수 1만5천원 ▷강호장 고장환 곽해율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상근 김상일 김수민 김윤희 김은경 김점곤 김현숙 문무광 문민성 박병기 박애선 박철우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배상영 신명성 신지안 안봉철 안영순 양세원 양진규 우순화 우철규 유명희 윤명식 이문재 이시안 이영명 이운대 이원형 이재민 이해영 장문희 전지원 전철형 정운섭 정준홍 정충기 조경희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각 1만원 ▷김진혹 문민성 서제원 진형구 각 5천원 ▷김건율 이장윤 각 2천원 ▷신윤주 950원
▷'이인재변호사' 100만원 ▷'성암' 20만원 ▷'주님께감사' '주님사랑' 각 10만원 ▷'매주5만원' '재원수진' '최한태최수진' '칸텝님힘내세요'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교회가서기도하세요' 3만2천원 ▷'지원정원' '칸텝씨께' 각 3만원 ▷'석희석주' '전하은서연' '힘내세요!' '힘내세요.' 각 2만원 ▷'그냥' '따완힘내요나겸' '미안해요금액이적어서' '부산대김백녕' '빠른쾌유기원합니다'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칸텝 따환 부부' '칸텝힘내요' '힘내세요화이팅' 각 1만원 ▷'채영이' '지성이' 각 2천원 ▷'돼지'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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