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조은희(32) 씨와 엄마 김옥순(51) 씨. 은희 씨는 지난해 몸과 팔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배주현 기자
'타-다다닥'
부엌에서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소리가 들리면 조은희(32) 씨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어버린다. 끔찍한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머리를 헤집는다.
암 투병 중인 아빠, 심한 허리협착증을 앓는 엄마, 병으로 누워있는 동생 대신 조 씨는 매일 아침밥을 챙겨야 했다. 지난여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냄비를 올리는 순간 평소 간질을 앓고 있던 조 씨는 머리가 핑 돌았다. 잠시 휘청거리던 찰나 조 씨의 옷엔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몸에 불이 타올랐다.
◆화상의 고통
상체 전반에 화상을 입은 조 씨였지만 당장 큰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다. 아빠 조성재(64) 씨와 엄마 김옥순(51) 씨는 입원비와 치료비가 2천만원이 넘게 나온다는 소리에 다시 아픈 딸을 데리고 택시에 올라타야 했다. 그리고 집 주위의 작은 병원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모두 큰 병원을 가라는 소리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 길로 엄마 김 씨가 주민센터로 달려가 도와 달라 빌었다.
다행히 조 씨는 입원했지만 부모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 조 씨는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데 거액의 돈이 드는 탓에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입원 생활이 길어지자 내야 할 돈은 자꾸만 올라갔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는 조 씨의 가족은 지불할 형편이 안됐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난 뒤 조 씨를 퇴원시키기로 했다. 갚지 못한 병원비는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갚아 오고 있다.
◆가난과 함께한 삶
가난은 평생 가족을 괴롭혔다. 자녀들이 어릴 때 목수 일을 하던 아빠는 벌이가 고정적이지 못했다. 엄마 김 씨 역시 임신한 몸으로 온갖 식당일과 부업에 뛰어들었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쌀이 없어 쌀 동냥도 참 많이 다녔다. 남는 쌀이 있다며 지인이 건네준 쌀에는 온통 곰팡이가 피어있기도 했다. 비참함이 몰려들었지만 김 씨는 그 속에 멀쩡한 쌀을 골라내 밥을 지어야 했다.
어떻게든 돈을 벌러 나가고 싶었지만 딸들은 자주 아팠다. 첫째 딸 조 씨와 셋째 딸은 중학교 입학 즈음 간질로 툭하면 쓰러졌다. 선생님은 학교생활이 어렵다며 딸을 집으로 보냈다. 그런 딸을 돌볼 사람은 엄마 김 씨뿐이었다. 첫째는 뇌에 이상까지 함께 생겼고 셋째 딸은 일어서기만 하면 어지러움이 몰려와 부축 없이는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다. 병원을 숱하게 찾았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의사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설상가상 10년 전 남편에겐 암이 찾아왔다. 혈변을 보던 남편은 방광암 판정을 받았고 오랜 투병 생활로 근로 능력을 점점 잃어갔다. 수술은 잘 끝나 남편은 다시 돈을 벌러 나가보려 했지만 암 투병 이력은 어느 곳에서든 반겨주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은 10년째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삶에 김 씨는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미 여러 번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데 도움을 청할 곳은 없다. 둘째 딸과 막내아들은 성인이 된 후로 취직해 독립했지만 이들 역시 벌이가 넉넉하진 않다. 아들은 얼마 전 일자리를 잃고 다시 구직 활동 중이고 공장을 전전하는 둘째 딸은 1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넉넉하게 해준 게 없었기에 김 씨는 차마 도와달라 손을 내밀 수가 없다.
김 씨 가족은 요즘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 첫째와 셋째는 화상 사고 뒤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집이 오래된 탓에 온통 벽지에 곰팡이가 슬고 벽은 금이 간 데다 자꾸만 귀신이 보인다. 빨리 이사를 가고 싶지만 돈이 없는 이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제 김 씨마저 심한 허리협착증으로 지팡이 없인 홀로 걷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경북의 한 마을, 그늘진 빌라 속에 네 식구가 살고 있다. 해답이 없는 삶, 가슴 한쪽에 붙여진 진통 스티커만이 힘든 김 씨의 삶을 겨우 지탱해주는 듯했다.
◆암 투병하는 남편과 간질 심한 두 딸 홀로 돌보는 김옥순 씨에 2,749만원 성금
남편은 암 투병으로 경제 활동이 어렵고 두 딸은 간질이 심한 데다 최근 화상까지 입어 이들을 홀로 돌봐야하는 김옥순(매일신문 1월 25일 자 10면) 씨 사연에 59개 단체 247명의 독자가 2천749만8천66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6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박찬종) 4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4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2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2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표음악학원(최영은)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베드로안경원 10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10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10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10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버섯꽃피다농원(박상일)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덕일약품(이병규) 2만5천원 ▷24시해장국식당(김천규) 2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신금자 40만원 ▷김재균 이신덕 정혜련 조은정 각 30만원 ▷문심학 박철기 이재희 각 20만원 ▷곽용 김문오 김신영 김영관 민수희 박강민 박명숙 박미애 박용환 박종천 변대석 엄은경 우태용 이경자 이난영 이미라 이재일 정덕교 정연희 정원수 조득환 진국성 최창규 허정원 홍종배 각 10만원 ▷장재영 허연선 각 8만원 ▷이승수 7만원 ▷박종문 배상영 송재일 신광련 이서연 각 6만원 ▷곽외숙 김동성 김승록 박다혜 박옥선 박치연 백미화 서정오 서준교 서찬경 손윤옥 안대용 유명식 유윤옥 윤순영 이단우 이미열 이정위 이지안 이진술 이창영 이춘란 이현숙 임명훈 임채숙 장옥련 전우식 전준석 정은주 정명희 최명현 최상수 최영익 최종호 최한태 각 5만원 ▷서숙영 윤덕준 4만원 ▷김강현 라선희 각 3만3천원 ▷강민주 궁종옥 권규돈 김대식 김영숙 김정일 김준홍 박승호 박임상 박정룡 배명순 백성호 윤금순 이강준 이종완 장충길 장현석 정의현 최영목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권삼영 권오영 김성옥 김태욱 류휘열 문민성 민윤자 박은영 박홍선 박희숙 방태표 배영철 성영식 손진호 오정미 유귀녀 윤세중 윤인주 이병순 이서현 이석우 이운호 이재민 이해수 이현옥 임경숙 조영란 조영식 조혜란 한정화 허정 허종건 홍준표 각 2만원 ▷고장환 곽민정 곽병하 권보형 권오현 권재현 김건영 김경진 김균섭 김단비 김삼수 김상근 김선화 김윤희 김은희 김종식 김태상 김태천 김화자 남주록 박경희 박라온 박미화 박승민 박찬무 박태용 배성순 배해주 백기형 백진규 서제원 서철배 서효원 성영아 손태경 손희정 송윤복 신재민 안영숙 안현준 어준선 양정민 양정욱 우순화 우철규 위옥복 이상용 이상희 이서영 이성우 이아영 이영수 이운대 이재원 이정미 이정현 이태연 이현민 임영선 장문희 장승호 장정아 전병옥 전지원 정영숙 정의진 정준홍 정충기 정태용 정혜원 조경희 지호열 차경아 최경철 표성국 한동엽 한상미 한영배 각 1만원 ▷남형권 서형덕 이순덕 이진기 조철제 각 5천원 ▷이장윤 4천원 ▷김서연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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